지난 토요일 추운 아침 9시 반부터 열심히 걸어오신 85세 김ㅇㅇ 어머님.

처음 개원한 꼬꼬마 원장시절부터 한결같이 날 아껴주시는 분이시다.

늘 깔끔하시고 매너도 좋으시고 기억력도 좋으신 우아한 우리 김여사님. 어머님은 내가 늘 맑음한의원의 개원 멤버라고 부르는 VIP 1번이신 분 (1번이 좀 많은거같긴하다 ㅎㅎ)

최근들어 입맛도 없고 잠도 설치시고 얼굴도 좀 붓는거 같으시다며 약을 한재 지어달라 하신다.

그리고 잠도 조금 부족하다고 하신다.

맥을 짚으며 어머님 얼굴을 바라보니 처음 뵈었을때보다 허리도 조금 굽으셨고 한약을 찾는 주기도 짧아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아프다.

그런생각을 하는 찰나에 어머님이 그러신다.

“내가 약먹은지 몇달되었지? 약먹고나면 눈이 빤짝하는데 예전보다 오래못가. 늙어서 그런걸 어쩌겠어”

세월이 주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지만, 열심히 진맥을하고 어머님 증상들을 체크하고 처방을 냈다.

어머님이 집으로 가시고, 약재실에서 약재 하나하나 다시 살피고 살펴 골라 담았다.

그 중 빛깔이 곱고 단단한 육계라는 약재가 있다. 흔히들 계피, 시나몬으로 알고 있는 약재이다. 어머님은 추위를 타시는 분이라 육계를 항상 넣곤하는데 육계는 후하 약재이다.

후하란 말그대로 약재를 나중에 넣는 것이다.

일반적인 약재들은 처음 찬물에서부터 넣어서 달인다. 차가운 물에 있는 시간 동안에도 우러나게 되는데, 이때에도 제법 많은 유효성분들이 추출된다.

단단하고, 질긴 약재들은 대부분 이렇게 찬물에서부터 달이게 되고 향이 있고 가벼운 약재들은 약이 달여지기 30분전이나 10분전에 넣는 경우가 있다. 이게 바로 후하이다.

향이 주는 효과를 가진 약재들은 오래달이면 약효가 쉽게 날아가고 분해되기 쉽기때문에 시간을 두고 나중에 넣는다. 약재들만의 고유 성분을 최대한 적절하게 담으려는 방법이다.

육계는 단단하지만 나중에 넣는 약재인데, 이건 육계가 향이 전해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한약이 다 달여지기 30분 전에 육계를 넣는다. 그렇게하면 한약에 육계만의 향이 가득 퍼져 살아있는 상태로 포장을 할 수 있어서 한약을 먹을때 육계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 때, 한의원으로 가득퍼지는 육계향은 덤이다. 그 어떤 커피향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렇게 육계를 후하하고 약이 다 달여진후 파우치에 담는다. 어머님은 꽃무늬를 참 좋아하셔서 우리한의원에서 꽃 그림 파우치를 제일 좋아하신다.

그래서, 가을 꽃 그림 봉투에 담았다. 꽃향기는 육계향이 대신할 듯 하다. 꽃처럼 예쁘게 오래오래 함께하고픈 마음도 함께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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